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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왜 국회법 개정안을 반대할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 방침을 예고하면서 국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 방침을 예고하면서 국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24

정의화 국회의장이 11일 국회 본회의 통과 법안을 정부로 이송하면서 국회법 개정안은 일단 빼놓았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종걸 원내대표가 ‘정의화 중재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당내에서 논의하기 위해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며칠 동안은 정 의장이 국회법 개정안을 붙잡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정부 이송을 마냥 늦출 수는 없는 일입니다. 국회법 개정안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박 대통령은 정의화 국회의장을 싫어합니다

‘정의화 중재안’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정부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한다’는 문구를 ‘요청한다’로 바꾸고, ‘정부가 수정·변경 요구를 처리한다’는 표현을 ‘검토하여 처리한다’로 바꿔 지금의 조문보다 강제성을 완화하자는 것입니다.

정 의장이 이런 내용의 중재안을 낸 이유는 “행정부와 입법부가 대립적 관계보다는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앞장서서 조성하고 있는 행정부와 입법부의 날카로운 대치를 정 의장이 누그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정 의장은 지금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맡고 있는 황우여 의원과 경선을 거쳐 국회의장 후보가 됐고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장으로 선출됐습니다. 2007년 경선 당시의 새누리당 계파 분류에 따르면 ‘친이명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박 대통령은 정 의장에게 줄곧 싸늘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공식석상에서 마주쳐도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지 않는다는 것이 국회 관계자들의 목격담입니다.

어쨌든 당장 언론의 관심은 새정치연합으로 쏠릴 것입니다. 정의화 중재안을 새정치연합이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에 따라 정국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현재 새정치연합 안에는 두 가지 기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중재안을 받아들여 타협하자는 쪽이고, 다른 하나는 야당의 ‘정도’대로 싸우자는 쪽입니다. 뜻밖에도 타협론은 이종걸 원내대표가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의화 의장을 신뢰합니다

이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국회의장 면담 뒤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회의장의 진정성 있는 중재 노력을 존중합니다. 지금 상황은 청와대가 강력한 벽을 치는 느낌입니다. 며칠 안에 우리도 의견을 모으고 청와대도 뜻이 변화하길 기대합니다.”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 방침을 거둬달라는 것이냐’고 기자들이 묻자 이 원내대표는 “그렇다”고 답변했습니다. ‘당내 의견 수렴을 더 해보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했습니다. 평소 매우 강경하기로 소문이 난 이 원내대표가 이처럼 유연한 태도로 돌아선 이유는 뭘까요?

첫째, 정 의장 때문입니다. 정 의장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충돌을 막고 타협을 이끌어내는 정치력을 발휘했습니다. 국회의장과 야당 사이에 구축된 신뢰 때문에 국회의장 중재안을 야당 원내대표가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둘째, 유승민 원내대표 때문입니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8일 한겨레 정치토크 돌직구에 출연해 유 원내대표에 대해 이렇게 말한 일이 있습니다.

-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검토하는 이유가 새누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 구하기 차원인 것 같은데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건가요?

“유승민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을 듣고 감동받은 사람이 많았습니다. 경제정책과 관련해서 ‘중부담 중복지’라든지 박근혜 정권에서 빈껍데기